커피는 석유에 이어 전 세계 교역량의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람들의 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식품이다. 오늘날 프랑스에는 약 6만 개의 카페가 있고, 5백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매일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는 더치커피 1병이 생기는 덕분에 며칠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지 않았다. 커피의 3대 맛은 신맛, 단맛. 쓴맛이라고 하는데 단맛을 느끼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1732년에 J. S. 바흐가 커피를 예찬하며 작곡한 Kaffee Kantate를 들으며 마실 때라면 단맛을 느낄까? 나는 날씨가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기분이 차분하고 감성적이 되기 때문에 향기가 있는 커피나 맛이 부드러운 커피를 찾게 된다. 갓 볶아낸 원두로 향이 강한 커피나 우유를 섞어 맛을 부드럽고 은은하게 만드는 카페라떼 종류를 마시게 된다. 그 달콤하고 쌉싸름하고 시큼하고 부드러운 맛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하다. 반면에 날씨가 화창한 날엔 뭔가 신선하고 맑은 음료를 찾게 된다. 기분이 고조되어 차가운 커피나 맑게 걸러진 원두 커피를 마시고 싶다. 차가운 생크림이 들어간 아이스 비엔나나 아이스 커피도 좋다. 모임이 잦아 여러잔 마시게 될 경우 게피가루가 톡특한 카푸치노나 맑고 향긋한 헤이즐넛 커피를 찾게 된다. 가끔 ‘걸어서 세계일주’ 같은 TV프로그램은 볼 때 에티오피아 어느 산속 마을을 방문했는데 그곳 원주민들이 외부에서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마당에 널어 말린 커피콩을 걷어다가 철판에 볶아서 절구에 쿵쿵 빻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시커멓게 때가 묻은 알마늄 냄비에 커피 가루와 물을 부어 마른 나뭇가지를 태워 펄펄 끓인다. 그걸 한잔 마시는 방문객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세워 주인 아낙에게 보이며 맛이 최고라고 한다. 후후 불며 몇 모금 마시다가 그래도 커피향이 좋다고 표현해준 것이 부족했던지 또 다시 엄지를 고추 세우며 커피맛이 최고라고 얼굴에 함빡 웃을을 띤다. 신선한 커피콩이 카피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부영화를 보면 카우보이들이 그동안 귀중하게 보관한 커피를 말 안장 밑에서 꺼내서 모닥불로 끓여 한 모금 마시더니 불쾌하게 뱉어버리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왜 그 귀한 커피를 첫 모금에서 뱉어버리는 걸까? 그냥 카우보이의 터프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영화 속 설정일까? 아니다. 카우보이들이 마신 것은 산패한 커피다. 볶은 커피를 여행 중에 몇 달간 뒀었으니 분명 산패하여 냄새 나고 써서 도저히 마실 수 없었을 것이다. 가끔 송금리에 있는 허술한 우리 집을 방문한 지인들이 더 허술하게 보이는 응접실에 들어와 앉았을 때는 별로 기대 하는게 없다가 내가 갖 볶은 커피콩을 그라인더로 갈아서 핸드드립 준비를 하면 약간씩 표정이 편안해 진다. 이내 포트에 물이 끓고 주둥이가 가는 긴 주전자에 물은 옮겨 한 방울씩 똑똑 떨어트리며 핸드드립을 시작하면 마음이 열리듯 대화가 많아진다. 이렇듯 커피향은 분위기를 누그러트리고 대화를 생산해 내는 대단한 힘을 가졌다. 커피로 성공하는 숍에 들어가 보면 예외 없이 강렬한 커피 향이 그곳에 들어서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 이것이 커피의 위력이다. 요즘은 교회나 성당을 통해 원두커피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물론 그 밖에 옷가게, 꽃집, 쥬얼리 숍, 미용실, 병원로비 등에 자리 잡은 작은 커피숍들은 이제 더 이상 낮선 풍경은 아니다. 내가 가본 약수동 교회에서도 신자들의 휴식공간과 지역 주민들의 쉼터로 편의는 물론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융화를 이루고 대외적인 선교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남양주의 작은 수동성당에서도 커피바를 차려놓고 신앙서적을 읽으며 누구나 커피를 저렴한 가격으로 자유롭게 내려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교회나 성당안의 카페들은 일반적인 커피숍이 부담해야하는 임대료나 임금으로 인한 지출이 없고 대부분이 신도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건비 역시 들지 않는다.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면서 원두커피 시음의 기회를 제공하며 커피문화의 도화선으로서의 기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커피는 지역사회의 사교적 대화와 만남의 역할뿐만 아니라 믿음을 전도하는 대단한 기능을 보여주는 음료다. 지난호에 이어 이번까지 2회에 걸쳐 커피에 관한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중의 하나는 솔직히 지난 호를 읽은 많은 분들 중에 “우리 카페는 커피맛이 없드냐?” “우리 카페엔 왜 아무 얘깃거리가 없드냐? 고 항의성 전화를 주신분들이 있었다. 하기야 지면 때문에 그랬을 뿐 청도엔 참 많은 좋은 카페가 있다. 계속 생겨나고 있다. 오랜 전통의 ‘꽃자리’ 찻집은 2개월에 한번씩 작은 음악회까지 여는 대단한 저력을 보여주며 감말랭이 빙수가 일품인 곳이기도 하다. 마카롱 카페로 이름난 ‘이슬미로’도 있다. 가까이 자그마한 호수도 앞에 있고 온통 유리로 전면을 장식해서 2층의 마카롱 만드는 주방까지 훤하게 보이는 아낌없이 속보여주는 카페다. 새마을운동 발상지 입구에 있는 ‘플렛홈’이라는 카페는 잠시 머물렀다 가야만 하는 플렛홈 처럼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한번 커파맛을 본 고객들은 다음번에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와 맛으로 승부하는 카페다. 각북에 있는 언덕위의 하얀카페 ‘에다소소’는 그야말로 그림같다. 대표적인 갤러리 카페이자 내부 인테리어는 어디한 곳 빈틈이 없이 호기심으로 가득채워 놓았다. 커피를 주문하고 나올 때 까지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인장에게 ”내부 인테리어로 승부하냐?“ 고 물으면 아니라고 한다. ”커피맛으로 승부한다.“고 대답이 돌아온다. 한곳만 더 얘기하자. 정말 최근에 생긴 따끈따끈한 카페 ‘블랑드블랑’이다. 유등연지못 가에 자리잡은 터라 창문밖은 온통 연꼿(?) 아니다 아직 겨울이어서 약간은 을씨년 스럽지만 이제 봄이 날아들면 창가는 대단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안의 소품과 조명기구들도 예사롭지 않다. 옥상도 개방하고 있다. 그야말로 청도의 수많은 카페중에서 애타게 봄날을 기다리는 대표적인 카페일 것이다. 사계절 언제나 커피향은 꽃향기보다 더 강하게 우릴 유혹 하고 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