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재에서 옛날 서적들을 뒤적이다. 지난날 꼭 필요해서 복사한 복사본 한권을 발견하였다. 흔히들 화청(和請)이라고 하기도 하고 회심곡(悔心曲)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사십구제나 예수제를 마칠 때 하는 염불이라고 알면 쉽게 이해 될 것이다. 서산대사 휴정(休靜)이 지었다고 하며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 흉흉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아보라고 지은 가사라고 한다. 또한 당파싸움이 한창 심할 때 지은 것이라고도 전해지기도 하고, 스님들이 걸립(탁발)을 할 때 많이 회자되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로 전해지지만 해인사에서 펴낸 목판본《보권염불문(普勸念佛文)》에 실려 전하고 있다. 상여소리에도 많이 삽입되어 차산풍물의 선구자 김오동 선생도 많이 인용했으니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옛글을 번역(譯)하긴 하였으나 띄어쓰기 등은 생략한다. 억조창생에 만민님네 이내한말 들어보소. 탐구탐생에 나온사람 임자절로 낫노라지만 뉘덕으로 나왔는가 석가여래 공덕으로 아버님전 뼈를 빌고 어머님전에 살을 빌어 칠성님전 명을 빌고 제석님전 복을 빌어 열달만에 탄생하니 그 부모가 우리들을 길러낼제 어떤공력이 들었을까 진자리는 자비하신 어머님이 누우시고 마른자리는 아기 누펴 음식도 맛을 보고 쓴 것은 어머님이 잡수시고 단 것은 아기먹여 오뉴월 짜른밤에 모기빈대가 뜯을 새라 고단하신 몸이지만 괴롭다 않으시고 다떨어진 살부채로 슬렁슬렁 흔드시며 온갖시름을 다하시네, 동지섯달 설한풍에 백설이 휘날리면 그자 손이 추울세라 덮은대다가 덮어주고 왼젖을 물려놓고 영태허리를 툭탁치며 사랑에 못겨워서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 은자동아 금자동아 만첩천산에 보배동아 순지건곤 일월동아 나라에는 충신동아 부모에는 효자동아 동기간에 우애동아 일가친척 화목동아 친구간에 신의동아 동네방네 귀염동아 오색비단 채색동아 채색비단에 오색동아 소반에 구슬동아 경주남산 수정동아 조개알에는 진주동아 그믐밤에 횟불 동아 칠년대한 가문날에 빗발같이도 즐길동아 말리원정 타국땅에 고향친구 만난 듯이 기쁘고도 기쁠동아 금을 준들 너를 사랴 은을 준들 너를 사랴 잠잘자고도 잘 커거라 하늘에 구름일 듯 뭉글뭉글 잘 커거라 백양나무 햇순 돋듯 웃줄웃줄 잘 자러라 모래밭에 수박굵듯 둥글둥글 잘 굵거라 천태산 폭포처럼 줄기차게도 잘 자러라 애지중지 기른정은 사람마다 부모은공을 생각하면 태산도 무겁잔고 하해도 깊잖도다 어화세상 벗님네야 또한 말씀 들어보소 태산같은 부모님네 사랑으로 슬하에서 고이자라 이십 전후에 출가하여 자손낳서 길러보니 부모은공을 모를소냐 부모은공 갚자하니 어언간 백발이요 면치못할 죽음이라 검은머리는 백발되고 곱든얼굴 줄음잡혀 귀까지 철벽대고 박씨같이 좋튼이가 형체없이 빠졌으니 이것만도 원통한데 자손들은 나를 보고 망령이라고 하는소리 애달고도 절통하다 여보시오 청춘들아 너가본래 청춘이며 낸들본래 백발이냐 백발하야서 웃지마라 꽃이라도 낙화되면 오던나비도 아니오고 낭기라도 고목되면 눈먼새도 안니오네 비단옷도 떨어지면 물걸래로 돌아가고 좋은음식도 쉬어지면 숫채구녕 찾아간다 초로같은 우리인생 늙어서 죽어지면 화장장터 공동묘지 북망산천을 못 면한다. 무정세월은 유수같아 갔던 봄은 또 올줄을 알건많은 인생한번 늙어지면 어이하야 젊어지지 못 하는고 어제오는 성튼몸이 저녁나절 병이 들어 한많은 이세상을 하직하니 불쌍하고도 가련하다 일직사자 손을끌고 월직사자 등을밀어 활등같이 굽은길을 풍우같이 제촉하야 저생원문 다다르니 우두나찰 마두나찰 소리치며 달라들어 인정달라 비는구나 인정쓸돈 반품없다 담배골코 모은제산 인정한푼 써볼손가 의복벗어서 인정쓰며 열두대문을 들어가니 무섭기도 끝이없고 두렵기도 칭량없다 대명하고 기다리니 옥사장이 분부듣고 남녀죄인을 등대할제 정신차려 살펴보니 열시왕이 좌개하고 최판관이 문서잡고 남녀죄인 잡아들여 다짐밧고 봉초할제 형벌기구를 차려놓고 대상호령기다리니 엄숙하기가 짝이없다 죄지경중 가리여서 차례대로 처결할 때 도산지옥 화산지옥 한빙지옥에 금수지옥 발설지옥 독사지옥 아침지옥 거해지옥 각처지옥 분부하야 모든죄인을 처결한후 착학사람 불러들여 공경하고 대접하며 연화대로 가는사람 선경으로 가는사람 장생불사 하는 사람 서왕모의 사환되여 반도소임을 맡은사람 요지연에 가는 사람 백만군중 도독되여 장수몸이 되는 사람 극락으로 가는 사람 각처낙지 차저가서 희희낙낙 즐기면서 과거본행을 의논할 때, 나는 과거 본행시에 염불삼매성취하여 대승경전 독송하고 이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삼보전에 공양하고 국왕부모 충효하며 빈병걸인보시하고 이극락에 나왔노라 나는과거 본행시에 욕되는일을 능히참고 지혜를 수습하야 공경하고 하심하며 일체사람 권화하야 염불시킨 공덕으로 이극락에 나왔노라 나는과거 본행시에 탑사를 이룩하고 불도량을 소쇄하고 죽는사람을 살려주고 청정계행을 수지하야 십선업을 수행하고 이극락에 나왔노라 나는과거본행시에 우물파서 보시하고 험한도로를 수축하고 무거운짐 대신지며 새벽마다 서향하야 사성존께 예배하고 이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평원광야에 정자심어 왕래인을 쉬게하고 유월염천 더운때에 참외심어 보시하고 큰강수에 배띄우고 산고곡심 험한길에 실로자를 지도하며 그믐칠야 밤길가는 저행인에 횃불주며 앞 어두운 저맹인이 개천구렁건너가면 붙들어서 인도하며 객사타향 거리송장 선심으로 묻어주고 사고무친 병든사람 지성으로 구원하며 이런공덕을 가초딱아 이극락에 나왔노라 천차만별 본행사를 이와같이 의론하며 후세불을 꿈꾸도다 우리인생도 살았을 때 사람이라 불렀건만 죽어지니 송장이라 육진광포로 꽉꽉묵어 소방상에는 소틀이요 대방상에는 대틀인데 방틀우에다 높이실꼬 설흔둘이 상두꾼은 북망산천을 찾어갈때 허화넘차 하는소리 부모형제와 처자권속은 행상방틀을 후루쳐안고 못가나니 못가가니 가망없이도 못가나니 이제가면 언제오요, 이제가면 언제오요, 오만날을 일려주소 어린자식 이가사를 누구에게 전장하고 다시못올 황천길을 기약없이도 도라가오, 이제가면 언제오요 이제가면 언제오요, 뒷동산 고목낭게 이화도화가 만발하면 그때에 오실라오 평풍안에 그린닭이 짜른목을 길게빼고 꽤꽤울적에 오실라오, 가마솥에 저쌀밥이 싻이나면 오실라오 이제가면 언제오요 이제가면 언제오요 이산저산 피는 꽃은 봄이오면 싹이트나 이골저골 장류수는 한번가면 다시오나 저봉넘어 뜬구름은 종적조차도 볼수없네 적막공산 새벽달에 슬피우는 두견새는 소리마다 불여귀라 망막한 성색도중 사부도서 공자들아 도라갈길을 왜모르나 석양산길 저문날에 천지일월이 무색하다 공수래 공수거니 빈손빈몸 나왔다가 빈손빈몸으로 돌아가니 무력탐심을 내지마오 무력탐심은 귀물림이요 삼일수심은 천재보라 백년탐물은 일조진이니 먹고가며는 쓰고 가나 못다먹고 못다쓰며 천년살며는 만년사오 단백년 못살인생 몽중같은 사람살이 물우에 거품이요 위수에 부평초라 칠팔십을 살더라도 일장춘몽꿈이로다 |